[42회 청룡] "19년만에 빛난 '오아시스'"…'자산어보' 설경구X'세자매' 문소리가 보인 주연상의 품격

2021-11-29 07:26:37

제42회 청룡영화상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문소리와 남우 주연상을 수상한 설경구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여의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1.11.26/

2002년 '오아시스'로 충무로를 깜짝 놀라게 만든 신예 설경구 문소리가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 19년 만에 청룡 무대에서 주연상으로 다시 한 번 눈부신 품격을 드러냈다.



설경구는 지난 3월 개봉한 '자산어보'에서 흑산도로 유배된 후 바다 생물에 눈을 뜬 학자 정약전 역할로 올해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993년 데뷔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사극 연기에 도전한 설경구는 육지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바다 생물과 섬마을 주민들의 일상을 보며 유배길에 잃었던 호기심을 되찾고 또 글 공부에 한계를 느끼는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를 만나면서 신분과 나이를 뛰어넘는 우정을 쌓는 인물을 자신만의 색채로 완벽히 표현했다.

2000년'박하사탕'과 2002년 '공공의 적' 그리고 올해 '자산어보'로 세 번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된 그에게 선후배의 박수가 쏟아졌다. 함께 주연상 후보에 오른 변요한은 뜨거운 포옹으로 설경구의 수상을 축하했고 설경구는 자신의 수상보다 변요한의 수상불발을 아쉬워하는 마음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무대에 오른 설경구는 "수상소감을 준비 못했다. 혹시 받는다면 생각나는대로 이야기하자고 했다"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 생각은 했다. '자산어보'로 배우상을 받는다면 (변)요한이에게 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왔었다. 변요한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촬영현장을 힐링 현장으로 만들어주신 이준익 감독님께 감사하다. 많은 배우가 자신을 희생하며 이 보물같은 영화를 만드는데 힘을 보탰다. 사극인데도 예산이 작은 영화였지만 그런 배우들 덕분에 큰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더불어 "올 한 해 고생많은 소속사 식구들께 감사드린다. 내 동지 송윤아에게 감사드린다. 항상 나를 걱정해주고 염려해주시는 팬들께 감사드린다. '자산어보' 대사처럼 구정물 흙탕물 다 묻어도 마다않는 자산 같은 배우 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비단 감동의 순간은 설경구뿐만이 아니었다. '세자매'에 출연하는데 그치지 않고 제작까지 나선 문소리 역시 첫 번째 여우주연상 수상에 눈물을 흘렸다. 문소리는 '세자매'에서 완벽한 척하는 가식덩어리 둘째 미연을 연기했다. 독실한 믿음을 가진 성가대 지휘자이자 나무랄 데 없는 가정주부 미연이지만 그 내면에는 유년 시절 겪은 상처와 고통으로 곪은 캐릭터를 흡입력 있는 연기로 완성했다.

2002년 '오아시스'로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후 19년 만에 여우주연상으로 두 번째 수상의 영광을 안은 문소리는 수상이 호명되자 '세자매'로 호흡을 맞춘 김선영, 장윤주와 기쁨을 나눴다. 특히 김선영이 자신의 수상보다 더 격한 감동의 눈물을 흘리자 문소리는 "선영아, 네가 울면 내가 마음이 아파"라며 팀워크를 자랑했다.

문소리는 "자매님들(김선영 장윤주) 덕분이다. 감독, 스태프, 배우들 다 감사드린다. 우리 자매들에게 딸들이 있다. 김선영에겐 예은이라는 딸이 있고 장윤주에겐 리사라는 딸이 있고 나는 연두라는 딸이 있다. 그 딸들이 폭력과 혐오의 시대를 넘어 당당하고 행복하게 웃으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영화다. 이 땅의 모든 딸들에게 그 마음이 전해졌으면 했지만 코로나19 시국으로 많은 분들께 전해지진 못했다. 이 자리를 빌어 더 많이 전해졌으면 한다"며 "윤여정 선생님, 앞서 멋진 무대를 보인 홀리뱅 언니들, 멋진 언니들이 있어 우리 딸들의 미래가 더 밝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자리에 종종 서봤는데 한번도 가족들에게 감사하다는 얘기를 못해봤다. 나를 헌신적으로 뒷바라지 해주시던 엄마 이향란 씨가 70세에 배우에 도전을 해서 최근 단편영화 주인공으로 캐스팅 됐다. 오늘도 연습실에서 대본 연습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촬영을 며칠 앞두고 있는데 아버지가 몸이 아프신데도 가신다고 하더라. 엄마의 촬영을 응원한다. 엄마가 행복해야 가족이 행복하니 순조로운 촬영을 기원한다. 엄마의 열정이 언제나 큰 가르침이다"고 신인 배우로 새로운 인생을 살게된 어머니를 응원했다.

더불어 "우리 집에 있는 장 모 감독(장준환 감독)이 시나리오가 잘 안풀려서 요즘 굉장히 힘들어한다. 본인은 감독으로서 재능이 없다고 괴로워한다. 그 창작의 고통에 빠진 모습이 예전엔 멋있었는데 요즘은 짠하다. 장준환 씨 머릿속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울지 나는 확신한다. 기운냈으면 좋겠다. 더 멋진 여자들 영화로 찾아뵙겠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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