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떠난 '느림의 미학'…"유쾌한 선수로 기억되길" [SC 인터뷰]

2022-01-20 15:33:26

스포츠조선DB

[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두산 베어스의 유희관(36)이 현역 생활 마침표를 찍는 소회를 밝혔다.



유희관은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행사에는 두산 김태형 감독을 비롯해 투수조장 홍건희 최원준 포수 박세혁이 함께 했다.

장충고-중앙대를 졸업한 뒤 2009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전체 42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유희관은 상무 전역 후인 2013년 더스틴 니퍼트 대체 선발 투수로 나와 1군 투수로 정착, 그 해 10승을 거뒀다.

직구 최고 구속이 120~130㎞대에 머물렀지만 정교한 제구를 바탕으로 한 예리한 싱커 활용을 앞세워 역대 4번째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다.

2020년 시즌 종료 후 생애 첫 FA 자격을 얻은 그는 두산과 1년 총액 10억원에 계약했다.

지난해 15경기에서 4승7패 평균자책점 7.71로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친 그는 현역 생활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고, 결국 은퇴를 선언했다.

통산 281경기에서 101승69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58을 기록한 유희관은 2017년 이혜천이 가지고 있던 베어스 좌완 최다승(55승)을 기록을 넘어 베어스 좌완 최초 100승 투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유희관은 "너무 떨린다. 미디어데이 행사나 여러가지를 하면서 안 떨릴 줄 알았는데 떨린다. 영광스럽고 의미있는 자리를 만들어준 구단주님을 비롯해 프런트 분들께 감사하다"고 운을 뗐다.

유희관은 "신인 입단했을 때부터 많이 부족했는데, 아껴준 두산 역대 감독님들, 많은 코치님들, 또 정말 땀흘리면서 고생한 가족보다 자주 봤고, 이 영광스러운 자리를 위해 달려온 선후배, 동료들에게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두산 베어스 팬분들이 아니면 이 자리에 없었을 거 같다. 잘할 때나 못할 때 응원해주고 격려해주고 질책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다음은 유희관과 일문일답.



- 은퇴 소감은.

▶ 너무 떨린다. 미디어데이 행사나 여러가지를 하면서 안 떨릴 줄 알았는데 떨린다. 영광스럽고 의미있는 자리를 만들어준 구단주님을 비롯해 프런트 분들께 감사하다. 신인 입단했을 때부터 많이 부족했는데, 아껴준 두산 역대 감독님들,많은 코치님들, 또 정말 땀흘리면서 고생한 가족보다 자주 봤고, 이 영광스러운 자리를 위해 달려온 선후배, 동료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두산 베어스 팬분들이 아니면 이 자리에 없었을 거 같다. 잘할 때나 못할 때 응원해주고 격려해주고 질책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눈물을 훔치셨는데 유니폼을 벗는다는게 실감이 날 거 같다.

▶ 여기 오기 전까지는 실감이 안났다. 여러분들 보고 이 자리에 있으니 이제 유니폼을 벗는구나 실감이 난다. 하루 이틀 한 것이 아니라 25년을 야구를 했다. 이런 자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행복한 선수다. 야구를 하면서 정말 열심히 했고, 더 잘 다가왔구나, 행복한 선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 편견과 싸웠다고 했다. 유희관 하면 수식어가 '느림의 미학'이다. 본인은 느림의 미학이라는

▶나를 대변하는 애칭인 거 같다. 저를 대변할 수 있는 좋은 단어이지 않나 싶다. 나 또한 프로와서 느린 공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안 될 거라는 말을 해줬는데, 보이지 않게 노력한 부분과 좋은 팀을 만난 것이 이렇게 은퇴기자회견까지 할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나지 않았나 싶다.



- 언제부터 은퇴 생각을 했는지.

▶ 사람이라면 항상 마지막을 생각하는 거 같다. 당연히 모든 선수가 은퇴를 하고 나도 그 생각을 했다. 작년에 많이 부진하고 2군에 있던 시간이 많았다. 처음으로 1군에 있으면서 포스트시즌에 빠졌는데 후배들 모습을 보면서 이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줘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후배들이 팀을 이끌겠다고 생각했다. 작년이 제 2의 시기를 생각했던 시기였다.



- 연봉협상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 구단과 연봉 문제 때문에 은퇴는 아니다. 다른 부분으로 봤을 때 확신이 많이 사라졌다. 좋았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런 마음이 있었다. 팀이 좋은 투수들이 성장하고 있는데 안 좋은 모습으로 은퇴하기 보다는 좋은 모습일 때 은퇴하는 게 좋았다.



- 이후 진로는.

▶ 여러가지고 생각하고 있다. 못 만난 사람도 만나고 있다. 나 역시 궁금하고, 좋은 모습으로 보여드리겠다.



- 해설 제의는?

▶ 3군데에서 다 받았다. 지금 말씀해주셨듯 감사하다. 야구를 그만뒀을때 막막할 거 같은데 해야할 일이 없었는데 그래도 나도 행복했던 사람이구나를 느낀게 찾아주는 사람이 많았다. 해설위원이 될 지도 모르고, 방송을 할 지 않고, 코치를 할지도 모른다. 방송국에서 많이 연락온 것으로 알고 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

▶ 프로 첫 승 할때다. 2013년 5월 4일이다. 니퍼트 선수 대체선수로 가서 승리한 경기다. 그 1이라는 숫자가 있어서 101이라는 게 있는 거 같다. 2015년에 프로에 들어와서 처음 우승 했을 때다.



- 깨고 싶었던 기록으로 장호연의 109승이 있었는데 깨지 못해서 아쉬움이 있을 거 같다.

▶ 아쉽지 않으면 거짓이다. 기록을 의식하지 않았지만, 목표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두산 베어스 최다승 기록을 깨고 싶었지만, 유니폼을 벗게 됐는데 더 훌륭한 투수들이 있었어서 깨고 싶다.



- 또 스포츠 선수가 된다면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 야구 빼고는 다하겠다. 공으로 하는 걸 다 잘해서 다른 스포츠에서 더 열심히 뛰지 않았을까 싶다.



- 야구를 택하지 않은 이유는

▶ 쉼없이 달려왔다. 야구는 가슴 속에 담아두고 싶다.



- 국가대표를 못해 아쉬웠을 거 같다. 국가대표가 됐을 때 잘할 거 같은 자신은 있었나.

▶ 자신은 있었다. 한편으로는 아쉬운 거 같다. 제 공이 느려서 통하지 말지 의견이 많았다. 아쉬움이 있지만, 한편으로 보면 내가 부족해서 못 뽑힌 거 같다. 다른 일을 해서는 그 쪽의 대표가 되겠다.



- 팬들에게 메시지 많이 받았을텐데,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 악플아닌 선플 받은 게 오랜인 거 같다.(웃음) 다시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다는 말. 그 말이 울렸다. 저도 SNS에 댓글을 달아드렸다. 팬이 없으면 프로야구 존재하지 않는다. 집에서 많이 보고 울컥하지 않았나 싶다.



- SNS에 나를 미워했던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썼다.

▶ 악플보다 무서운 것이 무플인 거 같다. 그것도 관심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말을 하는 것도 나에 대한 애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 팬이 아니어도 더 넓게 본다면 야구팬이다. 야구팬이 많아졌으면 한다.

- 슬퍼해준 선수는.



▶ 팀에서도 그렇고, 이 자리를 빌어서 후배들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싶다. 잔소리를 많이 하고 모질게 했다. 모두가 연락이 왔다. 같이 있었던 (양)의지, (김)현수, (이)원석, (최)주환이도 연락이 왔다. 후배들에게 더 좋은 말을 해줬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팀을 위해서 한 것이니 내 잔소리 듣느라 미안하다고 하고 싶다.



- 선배 선수들에게 한 마디.

▶ 그 선배님들을 보면서 프로 생활, 모범에 대해 많이 배웠다. 선배님들이 없으면 이 자리에 없다. 두산 베어스만의 문화가 있다.



- 김태형 감독이 말해준 게 있나.

▶ 너무 고생했다고 말을 해주셨다. 감독님하고는 좋은 기억 안 좋은 기억도 있다. 티격태격도 하고 아들처럼도 생각해주셨다. 처음 부임했을 때 우승도 했고, 내 야구의 커리어하이였다. 감사드리고 싶고, 아쉬워해주셨다. 나아가서 인생을 살 때 좋은 일 가득하라고 덕담해주셨다.



- 뿌듯했던 순간은.

▶ 8년 연속 10승이 가장 좋았다. 100승을 했다는 것이 편견을 조금이나마 깬 거 같다. 나 혼자서 할 수 없는 것이다. 두산 베어스라는 팀에서 기록을 쓴 거다. 돌이켜보면 혼자할 수 없는 기록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은퇴 기자회견이라는 것을 할 수 없었고, 웃으면서 야구 인생을 마칠 수 없지 않았나 싶었다.



- 선수로서 기억되고 싶은 모습은.

▶ 그라운드에서 항상 유쾌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팬들을 가장 생각했던, 두산 베어스를 너무 사랑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더이상 야구를 못하고 은퇴하지만 팬 여러분께서 후배를 위해서 사랑해주시고, 두산을 넘어서 프로야구의 인기가 예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선수들도 잘해야겠지만, 팬들도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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