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열린 18일 잠실구장. 이틀 연속 12회 연장 승부에 선수들의 머릿속도 하얘졌던 것일까, 아니면 선수들도 뭐가 뭔지 몰랐던 것일까.
양팀의 경기에서 황당한 일이 나왔다. 수십년 야구를 한 감독, 해설위원도 처음 보는 장면이라고 했다. 왜 그런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일까. 상황을 재구성해봤다.
하지만 두산 선수들은 일단 그라운드에 뛰쳐나오다 참았다. SSG 선수들도 더그아웃쪽을 바라봤다. 현장에서는 패배가 아쉬운 SSG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태곤의 타구 처리를 놓고 비디오 판독을 신청하는 줄로만 알았다. 비디오 판독이 끝나면 두산의 승리가 확정되는 걸로 보였다.
그런데 SSG쪽이 분주했다.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에게 뭐라뭐라 소리를 쳤고, 오승택에게서 공을 받은 유격수 박성한이 2루주자 정수빈을 태그하고, 재빨리 2루에 달려가 베이스를 밟았다. 이 때까지도 두산 선수들은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는 듯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SSG의 한 코치는 "우리도 타구가 날아가는 순간 잡히나, 안잡히나에만 신경을 썼다. 사실 '끝났구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더그아웃에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외침이 나왔다. 이후 선수들에게 후속 플레이를 하라고 소리를 쳤다"고 했다.
이 코치는 유격수 박성한을 칭찬했다. 그는 "사실 더그아웃에서 소리를 친다고 선수에게 명확히 들리지 않는다. 달려나가 알려줄 수도 없고, 그 복잡한 걸 언제 세세하게 다 설명하나"고 말하며 "박성한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재빠르게 상황 파악을 한 것이다. 정말 영리한 플레이를 했다.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을 잡아 내야로 송구한 오태곤의 플레이도 칭찬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오태곤이 끝내기 안타라고 공을 놔두고 들어와버렸다거나, 어디로 공을 던져버렸다면 SSG 행운의 승리도 없게 되는 것이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양상문 SPOTV 해설위원도 감독만 3번을 하는 등 산전수전 다 겪은 야구인이다. 이런 양 위원 역시 처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다. 해설을 하니 공이 잡혔는지 여부와 홈에 주자가 들어왔는지에만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양 위원은 "SSG 1루수 케빈 크론이 박성한에게 태그를 하라고 소리를 치더라. 크론과 박성한이 상황 대처를 매우 잘했다"고 평가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