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는 지금] "평생 이런 봉쇄 처음"…뚝 끊어진 생방송 인터뷰

2022-05-23 11:37:25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국영 매체인 화샤쯔FM 소속 기자(왼쪽)가 전철 안에서 승객과 생방송 인터뷰를 하다가 봉쇄 때 힘들었다는 민감한 얘기가 나오자 소리가 들어가지 않게 마이크를 반대편으로 슬쩍 돌리고 있다. 2022.5.23 [중국 위챗 유포 동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cha@yna.co.kr

"오늘 정말로 기쁩니다. 거의 두 달 동안 봉쇄됐었잖아요. 태어나서 여태껏 한 번도 이런 날을 겪어보지 못했어요. 집에만 있고 나가지 못하고…"
22일 50여일 만에 운행을 재개한 상하이 전철 객차 안에서 승객을 인터뷰하던 국영 매체 화샤쯔FM 소속 기자는 봉쇄에 힘들었다는 얘기가 나오자 화들짝 놀란 듯 슬그머니 마이크를 승객과 먼 쪽으로 떼어 놓았다.
인터뷰 소리가 점점 가늘어지면서 카메라맨은 자연스럽게 전철의 다른 곳으로 화면을 돌렸다.



봉쇄로 마비됐던 상하이의 정상화 시동을 상징하는 대중교통 운행 재개일에 맞춰 사람들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전파하려던 국영 매체의 현장 기자가 취재 방향과 맞지 않다고 판단해 인터뷰를 황급히 중단해 버린 것이다.

비슷한 일은 또 있었다.

인터넷 매체 펑파이 기자도 같은 날 인터넷 생방송에서 한 전철 승객과 인터뷰를 하다가 "우린 너무 힘들었다. 50일도 넘게 물자도 제대로 안 주고…"라는 말이 나오자 "고맙습니다"라면서 서둘러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를 떴다.

이런 모습은 누리꾼들에게 고스란히 '박제'가 돼 인터넷에서 널리 퍼지면서 큰 화제가 됐다.
상하이 시민들은 봉쇄로 고통받는 이들의 모습을 가리고 긍정적인 모습을 전파하는 데에만 골몰하던 당국의 여론 조작 행태가 의도치 않은 '방송 사고'로 세상에 노출되게 됐다면서 이 동영상을 위챗 대화방 등을 통해 공유했다.

창닝구의 한 주민은 이 영상을 아파트 단지 주민 단체 대화방에 올리면서 "기자가 원래 찬양가를 듣고 싶었는데 대화를 나누면서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지난 3월 28일부터 봉쇄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상하이 시민들 사이에서는 당국과 당국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선전하는 관영 매체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상하이 민항구의 한 주민은 22일 소셜미디어 더우인에 자기 집 베란다에서 찍은 텅 빈 도로의 모습을 찍은 영상을 올리면서 "그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고, 우리는 그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도 자기들이 하는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두 달 가까운 봉쇄를 겪으면서 상하이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국을 향한 불만과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다.

봉쇄 기간 당국의 발표와 관영 매체의 보도는 주민들이 느끼는 현실과 거리가 컸다.
절대다수의 주민이 식료품 대란으로 고통받을 때 중국중앙(CC)TV 등 관영 매체는 온갖 물건으로 가득 찬 슈퍼마켓에서 자유롭게 장을 보는 극소수 시민들의 모습을 보도했다.

봉쇄 기간 상하이에서는 물자 공급 부족 문제에 항의하는 주민들의 조직적인 대규모 '베란다 냄비 치기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강력한 인터넷 통제 속에서도 소셜미디어를 타고 인터넷에서는 당과 정부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넘쳐나면서 각 인터넷 기업들과 관계 당국이 이를 실시간으로 모두 삭제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구가 2천500만명에 달하는 중국 최대 도시 상하이의 민심 이반은 권력 집중 억제라는 오랜 당내 규칙을 깨고 올가을 20차 당대회를 통해 장기 집권 시대를 열고자 하는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에게도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

상하이의 민심이 이반되면서 중국은 상하이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고 '사회면 제로 코로나'가 달성됐음에도 2020년 우한 사태 마무리 국면 때와 달리 '상하이 보위전' 승리를 안팎에 대대적으로 선전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상하이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안정 국면에 들어갔지만 아직도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 최고 지도부가 단 한 번도 내려와 민심을 다독이는 모습도 연출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상하이 현지의 민심 악화에 당·정이 큰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cha@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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