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는 지난해 유가 급등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지연 등으로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이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올해는 폭염과 전쟁 등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가장 문제가 심각한 곳은 극심한 폭염으로 에어컨이 생존에 필수적인 남아시아·동남아시아 일대다.
인도·파키스탄·스리랑카·미얀마 등지의 10억 명 이상이 한 번에 수 시간 이상 지속하는 정전의 위험에 직면한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때 이른 폭염으로 이미 정전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인도에서는 현지 당국에 따르면 28개 주 가운데 16개 주의 7억명 이상이 하루 2∼10시간가량 정전을 겪고 있다.
미국은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공급망 혼란 등으로 늦어지면서 최소한 10여개 주가 올여름 폭염으로 인한 전력난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화력발전소들이 재생에너지 발전·저장 설비가 들어서는 속도보다 빠르게 사라지고 있고 많은 원자력발전소도 노후화로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어서 전력 수급난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대규모 전력난을 겪은 중국은 물론 일본의 전력 사정도 빠듯한 상태이며 남아프리카 국가들은 올해 최악의 전력난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전력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유럽도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 그리스, 헝가리 등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 단전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폭염 속 전력 공급이 끊기면 각종 질병과 이에 따른 사망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심각한 경제적 피해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도는 2014년 폭염으로 인한 전력난 여파로 국내총생산(GDP)이 5%나 떨어지기도 했다.
기후변화로 폭염이 빈발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친환경 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화석연료 투자가 줄었지만, 재생에너지는 아직 전력 부족분을 채울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원자재 컨설팅업체 우드 매켄지의 애널리스트인 알렉스 휘트워스는 재생에너지 투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지만, 에너지 저장시설이 충분히 확보될 때까지는 전력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향후 "1주일간 구름·폭풍이 오거나 바람이 멎을 때마다 에너지 공급 부족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5년간은 이런 문제가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에너지 부족에 석탄 소비량을 늘려 대응하면 폭염이 더 늘어나고 전력 부족도 심해지는 악순환을 낳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기후변화 대응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kp@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