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대통령의 1·6사태 책임론에 기름을 끼얹는 의회 증언이 나오면서 재임 중 두 번이나 의회의 탄핵 심판대에 올랐다가 탄핵을 모면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제는 법정에 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폭탄선언의 당사자는 마크 메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의 핵심 참모를 지낸 25세의 여성 캐서디 허치슨이다.
허치슨은 지난 28일(현지시간) 하원 1·6폭동 진상조사 특위의 청문회에 출석해 폭동 당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을 들은 지지자들이 의회 의사당으로 몰려가자 자신도 의사당행(行)을 고집했다고 진술했다.
연설에 참여하려는 지지자들이 총 등으로 무장했다는 우려에 따라 비밀경호국(SS)이 보안을 위해 금속탐지기를 사용한 데 대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분노했다는 증언을 허치슨은 내놨다.
허치슨은 팻 시펄론 당시 백악관 법률고문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인증 절차를 막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로 간다면 "우리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범죄 혐의로 기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도 증언했다. 시펄론 전 고문은 허치슨의 증언 이후 의회에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소환장을 받았다.
2020년 11월 대선 패배에 불복한 뒤 이를 뒤집기 위해 각종 사법적 절차를 진행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자신도 당시 의회에 가고 싶었다면서도 폭동을 선동한 책임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허치슨의 증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폭도들의 난동 현장에 동행하길 매우 원했을 뿐만 아니라 의회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자신이 향후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 폭동 선동 혐의에 대해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고, 조지아주 검찰로부터는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주 고위 관리들에게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 여부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지만, 허치슨의 증언은 검찰이 수사할 추가적인 사실관계를 제공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미 그룰 노트르담대 교수는 입증 문제 탓에 선동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면 의회 절차 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재출마 의향을 숨기지 않고 있어 이 사건의 향배는 정치 생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을 둘러싼 여론도 부정적이다.
AP통신이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8%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 폭동에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절반가량인 48%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돼야 한다고 답해 기소돼선 안 된다는 답변(31%)보다 많았다.
이 여론조사는 허치슨의 의회 증언 전에 이뤄진 것이라 이후 여론을 더 나빠졌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허치슨의 증언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28일 청문회 직후 운전대를 낚아채려 했다는 허치슨의 주장에 대해 "그녀의 가짜 이야기는 역겨운 사기"라는 반박 입장을 냈다.
그는 30일에도 한 보수 매체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잘 아는 경호원을 공격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누가 그런 일을 하겠느냐"고 재차 부인했다.
실제로 당시 차에 탄 운전사와 경호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격하지 않았고 운전대를 잡으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할 준비가 돼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있다.
AP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비판자를 무시하는 데 잘 훈련돼 있지만, 허치슨의 잘 조준된 증언은 트럼프의 이런 힘을 시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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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