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잠실구장에서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을 치른 박용택. 김용수, 이병규에 이어 LG 트윈스 역사상 3번째 영구결번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하마터면 박용택이 LG 유니폼을 입지 못할 수도 있었다. 박용택이 신인으로 입단할 당시 팀 주장이었던 류지현 LG 감독은 "첫 느낌부터 남다르게 강했던 선수"라고 회상했다.
경기전 만난 박용택에게서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박용택은 "완전 팩트다. (마무리캠프 후 계약금이 오른 건)아마 전무후무한 일일 것"이라며 웃었다.
당시 고졸 우선지명이었던 박용택이 제시받은 계약금은 2억 3000만원. 입단 동기인 서승화는 5억원을 받았고, 입단 동기인 김광희는 3억 2000만원이었다. 타 팀에도 이현곤(당시 KIA 타이거즈)이 3억 5000만원, 김민우(당시 현대 유니콘스)가 3억 4000만원에 받은 상황. 박용택은 '푸대접'이라고 느꼈다.
"한달반 중에 하루 쉬고 야구만 했다. 12월 제주도캠프도 따라가서 연습했다. 어느날 감독님이 날 부르시더니 '너 왜 계약 안하냐?' 하시더라. 상황을 듣곤 '재미있는 아이'라고 생각하신 거 같다. 그러고 나서 7000만원 오른 계약금(3억원)에 도장 찍었다."
고별사에서 박용택은 "입단하던 날 우측 폴대 옆에 41번 김용수 유니폼, 내겐 막연한 꿈이었다. 사랑하는 (이)병규 형이 은퇴하던 날, 말 그대로 내 목표가 됐다. 이 순간 내가 (영구결번)3호가 됐다"면서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팬보다 위대한 팀은 없다. 팬보다 위대한 야구는 없다. 이 한마디만 하고 싶다. 우리 후배들이 이 얘기 가슴속에 새겨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잠실구장을 꽉 채운 2만 3750명의 야구팬들. 구단이 준비한 성대한 영구결번식. 하지만 그날까지도 박용택이 아쉬워한 건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그는 고별사에서 "우승반지 없이 은퇴합니다. 은퇴하는데! 우승반지 대신 (팬) 여러분의 사랑을 여기(가슴)에다 끼고 은퇴합니다"라고 절규하듯 말하기도 했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