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때 IMF, 50대에는 코로나 인플레…"지금은 희망도 없어"

2022-07-07 08:03:42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장사 시작한 지 3년 차에 외환위기가 왔는데 생생히 기억해요. 그래도 그때는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어요."
1995년부터 서울 종로구에서 백반집을 운영 중인 이근재(58) 씨는 최근 경제 상황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와 비교해 어떤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6.0%)이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자영업자 현실은 이미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하다는 아우성이 나온다.

이씨가 운영하는 식당 직원 수는 당시 5명이었다가 현재는 3명으로 줄어들었고 아흔을 훌쩍 넘긴 노모는 조금이라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지금까지 일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지금이라도 가게를 그만두고 싶지만 신용 대출을 받아놓은 게 있어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여기서 물가가 더 오르면 '그냥 망하고 말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주변에는 '어차피 망했는데 손실보상금이나 받고 망해야겠다'는 사람들도 있다"며 "IMF 때는 규모가 큰 기업들이 망했지만 코로나 사태에선 소상공인들이 망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교했다.

광진구 구의동 먹자골목에서 36년간 음식점을 한 민상헌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대 공동대표도 올해 5월 결국 폐업했다.

민 공동대표는 지난 2년을 겨우 버텨왔지만 거리두기 해제 이후에도 물가 상승 등으로 매출이 회복되지 않자 더는 희망을 품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는 "30년 넘게 갖고 있던 사업자등록증을 반납하고 폐업을 신고했는데 '참 많이 힘들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었다"며 "IMF 위기 때도 이렇게 힘들진 않았다. 지금에 비하면 호황이었다고 생각할 정도"라고 말했다.

종로구의 한 해장국집에서 40년간 직원으로 일해온 김모(75) 씨는 "외환위기 이전부터 일해왔는데 지금이 남는 게 더 없다"며 "그때는 저축해놓은 돈이라도 있어서 그걸로 버텼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리두기가 끝났어도 손님이 오질 않는다"며 "최근엔 폭염까지 겹쳐 더더욱 사람이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들에게 집중됐던 영업제한 피해가 미처 회복도 하기 전에 고물가·고금리가 덮친 탓에 현장에서 체감하는 고통은 통계 수치보다 더 클 수 있다고 공감한다.

고려대 김진영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2년간 경제가 이미 침체한 상황에서 물가가 인상돼 소상공인들의 고통이 더 심할 것"이라며 "인건비도 오르고 원자재 가격까지 덩달아 올라 부담이 커졌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IMF 때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문제가 생겼고 경제 전체적으로 모두가 어려움을 느끼던 때였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선 소상공인에게 고통이 집중됐다"며 "(지금까지) 자영업자들이 각자 빚을 내서 버텨왔는데 최근 금리 상승으로 빚 부담이 커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IMF 때도 원유 가격은 올랐지만 지금처럼 곡물을 비롯한 전체 물가가 오른 경우는 별로 없었다"며 "IMF 때와 달리 인건비가 오르고 있는 점도 소상공인들에게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rbqls1202@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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