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에 대한 1년전 벤투의 대답,지금과 똑같았다

2022-09-28 09:00:56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카메룬의 A매치가 열렸다. 후반전 종료 직전 다시 벤치로 돌아간 이강인. 상암=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9.27/

"다른 선수들이 더 좋은 옵션이었다."



딱 1년 전인 지난해 9월 27일, 10월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2경기를 앞둔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은 27명의 엔트리를 발표했다. 백승호, 나상호, 김진수를 복귀했지만 이강인의 이름은 없었다. '이강인 활약이 좋았는데 뽑지 않은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벤투 감독은 "같은 포지션에 다른 미드필더들이 있다. 최근 두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선발한 다른 선수들 또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두 개의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도 있다"고 답했다.

1년 후인 2022년 9월 27일,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가진 벤투호의마지막 평가전, 이번에도 이강인은 없었다. 물론 1년 전과 미세하게 다른 점은 있다. 라리가 소속팀 마요르카에서 6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서 1골 3도움으로 리그 공동선두에 오른 이강인을 1년 6개월만에 대표팀에 불러들였다는 점. 그러나 코스타리카, 카메룬과의 2연전에 쓴 5명의 교체카드 리스트에 끝내 이강인의 이름은 없었다. 코스타리카전에서 정우영(프라이부르크) 권경원(감바 오사카) 나상호(FC서울), 홍 철(대구FC), 손준호(산둥 루넝)을 썼고, 이 중 정우영, 권경원, 손준호는 카메룬전에 선발로 나섰다. 카메룬전엔 교체로 권창훈(김천 상무), 나상호, '큰' 정우영(알사드), 황의조(올림피아코스), 백승호(전북 현대)가 나섰다. 이중 권창훈, 정우영, 황의조는 코스타리카전 선발, 나상호는 2경기 연속 상대 압박을 깰 '조커'로 활용했다.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벤투 리스트'엔 일관성이 있다.

이날 상암벌을 가득 메운 6만 관중들이 "이강인!"의 이름을 목이 터져라 연호했다. 이강인이 교체될 때, 그리고 휘슬 후 벤투 감독이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그라운드로 걸어나왔을 때 팬들은 "이강인!" 함성으로 벤투를 압박했다. 벤투 감독의 말대로 "귀가 2개니 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 평가전, 라리가에서 현 시점 가장 잘하는 선수 중 하나인 이강인을 왜 실험해보지 않느냐는 팬들의 뜨거운 여론, 그러나 벤투 감독은 그답게 평소 스타일을 고수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 이강인 활용법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왜 활용하지 않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는 1년 전과 비슷한 답을 내놨다.(정확한 이해를 위해 벤투의 영어 답변을 함께 싣는다.) "우리는 이번 경기를 다른 선수들과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경기 중 흐름에 따른 각 순간들에 따라 팀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분석했고, 그것이 더 좋은 옵션이었다. 기술적, 전술적 이유다.(Because we decided to play with other players. Than during the game, we analysed the game, the team needs different moment of the game we understand that was better to take different option. Technical and tactical decision.)"

이강인 등 2연전에 뛰지 못한 선수들이 월드컵 무대를 밟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라는 질문에 벤투 감독은 "왜 매번 전체 팀이 아닌 개별 선수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지 모르겠다(I don't know why there are questions everytime about individual player not the collective team.)"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늘 설명하듯이 가끔은 우리가 소집한 모든 선수와 함께 뛰는 것이 불가능할 때도 있다. 우리는 경기를 분석해 팀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는다. 그리고 우리는 9월 2경기 모두 이강인이 출전하기에 좋은 순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I always explain that sometimes it's not possible to play with all the players that we collect. we analayse the game and what the team needs. and we understand that it was not, in both games, it was not a good moment to make him play some minutes.)"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벤투의 소신은 확고하고, 참으로 한결같다. 미드필더에서 그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더 좋은 옵션', '다른 선수'들이 있다는 뜻이다. 이강인이 최근 좋은 모습을 보인다 하더라도 기존 믿고 썼던 선수들에 비해 팀적으로, 전술적으로 더 탁월한 점은 찾지 못했다는 뜻이다. 월드컵을 불과 2개월 앞두고 변화나 혁신보다는 그동안의 전술, 믿고 써왔던 선수들을 다져가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슛돌이' 출신으로 2019년 U-20 월드컵 골든부트를 수상한 어린 재능으로 라리가에서 맹활약중인 이강인의 첫 월드컵을 보고 싶은 팬들 입장에선 야속할 일이지만, 축구에선 선수도 전술도 전적으로 감독의 선택이고,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도 감독에게 있다. 26명의 엔트리가 가능한 만큼 여전히 월드컵행 가능성은 열려 있다.

실력도 마음도 훌쩍 자란 이강인은 이날 경기 후 SNS에 이렇게 썼다. '경기에 나서지 못해 아쉽지만 언젠간 팬분들 앞에서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시기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경기장에서 많은 분들이 제 이름을 불러주셔서 큰 감동 받았습니다. 그 함성과 성원에 걸맞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가슴에 독을 품고 라리가 소속팀에 복귀할 '슛돌이' 이강인의 활약을 팬들은 '더 뜨겁게' 응원하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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