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현장을 가다] `물의 나라` 네덜란드의 아이러니…"가뭄에 지하수 부족"

2022-11-23 09:07:34

(위트레흐트[네덜란드]=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지난 1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 위치한 수자원연구소(KWR) 연구진이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클라샨 라트, 예룬 회르츠 박사. 2022.11.22 shine@yna.co.kr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야외 선베드에 누워 있어도 될 정도였어요. 이상하리만큼 날씨가 따뜻했죠."
지난 1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주(州)에서 작은 민박집을 운영하는 시릴 페나르츠 씨는 "드디어 비가 내린다"면서 반가워했다.
기자가 네덜란드에 도착한 당일은 운전할 때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우가 내렸는데, 그게 비로소 '정상적인 가을 날씨'라는 것이다.



통상 네덜란드는 가을·겨울에 강수량이 많아 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고 한다.


지난달 내내 온화한 날씨가 이어졌고, 특히 같은 달 28일에는 일부 지역의 한낮 최고 기온이 23.5도를 기록하며 역대 가장 따뜻한 10월 날씨를 기록했다.
지난 2005년 10월에 보인 직전 최고 기록(22.5도)도 17년 만에 깨졌다.
무엇보다 이는 올여름 유럽 전역을 강타한 기록적 폭염에 이은 측면이 커서 '물의 나라' 네덜란드에서도 가뭄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23일 지적했다.

기자가 방문한 민간 연구기관인 네덜란드 수자원연구소(KWR) 연구진은 농업 및 식수원 등으로 활용되는 지하수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하수는 보통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다가 암석층을 만나 더 스며들지 않고 고여 흐르는 물을 의미한다.
예룬 회르츠 박사는 "지난 4∼5년 연속 굉장히 건조한 해가 거듭됐고, 강수량도 저조했다"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특히 상황이 심각해 현재까지도 지하수 수위가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은 겨울철 (비가 많이 내려) 다시 수위가 높아지지만, 이제는 그것조차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의 총책임연구원인 뤼트 바르톨로뫼스 박사도 "우리가 이런 종류의 가뭄에 대비되지 않았던 측면이 있고, 특히 다년간 가뭄이 이어질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며 "2018년 가뭄 영향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2019년은 더 심각했고, 반복되는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전했다.


네덜란드 해안 지역의 담수 공급 연구 등을 담당하는 클라샨 라트 박사는 "물관리를 위해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네덜란드가 '배수'가 아니라, 물을 보존하는 방법을 생각할 때"라며 지하수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월 가뭄 여파에 마르크 하르버르스 네덜란드 인프라수자원관리부 장관이 '물 부족'을 공식 선언하면서 "네덜란드는 물의 나라이지만, 이곳 역시 물은 귀하다"고 성명을 낸 것도 이런 설명과 궤를 같이한다.


사실 네덜란드 지형을 생각하면 '물 걱정'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기도 하다.
국토의 25% 정도가 해수면 아래에 있는 네덜란드는 라인·뫼즈·스헬더강 등이 바다로 뻗어나가는 삼각주 지대가 형성돼 있다.

가장 저지대인 남서부 제일란트주 해상에 설치된 거대한 해일 방파제는 이 나라의 '홍수 방지 기술'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구조물이다.
암스테르담을 비롯한 주요 도심 곳곳에는 오래전부터 운하가 조성됐고 제방과 둑을 높였다. 이탄지(peatland)를 개간하고 경작하기 위한 배수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해수면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면서 장기적인 홍수 대비책 연구가 현재 진행형이지만, 극심한 기후변화 여파로 사실상 '양극단'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암스테르담의 수로와 지형 특성을 안내하던 건축 전문 가이드 옐터 판코페런 씨는 "한쪽에서는 홍수 걱정에 방파제를 더 높이 쌓거나 사람들을 아예 이주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여름만 되면 가뭄 피해가 뉴스를 장식한다"며 "기후변화가 초래한 역설"이라고 말했다.



shine@yna.co.kr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Clic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