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개막할 WBC에서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공인구인 롤링스사 제품을 공식 경기구로 사용한다. KBO리그 공인구는 스카이라인에서 제작하는 공이다. 겉보기에는 특별히 다를 것 없는 야구공의 형태지만, 막상 만져보면 약간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두 제품은 가죽 종류와 실밥 높이가 다르다. 육안으로 식별하는 것과 직접 만져서 느껴지는 감각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특히나 투수들은 손의 감각이 예민하다. 공의 차이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KBO가 대표팀 투수들에게 일찌감치 공인구를 나눠준 것도 적응을 위해서다. 아직 대표팀 소집일까지는 시간이 있어서, 선수들은 각자의 소속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대신 소속팀에서 투구를 할 때에도 대표팀 선수들은 WBC 공인구를 사용한다.
선수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더 미끄럽다"는 반응이다. 양현종은 KIA 타이거즈 스프링캠프에서 WBC 공인구로 첫 불펜 피칭을 마친 후 "메이저리그에 있을때 던졌던 공(롤링스)이라 크게 이질감은 없지만, 오랜만에 던지기 때문에 조금 어색하다. 던질 수록 적응해가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다"고 했다. 양현종은 과거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뛸 당시 이미 충분한 경험을 했다. 같은 팀 후배이자 이번 WBC 대표팀에 함께 가게 된 이의리는 "살짝 미끄러운 느낌을 받았다"고 표현했다. 나머지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가장 최근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김광현(SSG) 정도만 어색함이 가장 덜 할 수 있다.
다카하시는 "건조할때도 있고, 미끄러울 때도 있다. 그런 변수는 경기 도중에도 일어날 수 있으니, (감촉에 따라)투구를 어떻게 바꿀건지, 어떤 구종이 유효한지를 빨리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화구보다는 직구 제구가 더 힘들다. 손가락이 걸리는 부분에서 오른쪽 타자의 인코스로 들어가는 제구가 잘 안된다"고 덧붙였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