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현은 한화에 지명된 후 출연한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뛰게 된 팀의 주전포수 최재훈(34)을 모른다고 해 선배를 황당하게 했다. 잠시 웃게 만든 해프닝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겠으나, 당사자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일이다. 솔직함이나 패기로 포장하기 어려운,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부족한 태도였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 정도 이상의 자신감, '똘끼'를 프로선수로서 성공의 조건 중 하나로 꼽는 야구인들이 많다. 짧은 기간이지만 '독특한' 루키 김서현을 접한 야구 관계자들은 "야구를 잘 할 것 같다"고 했다. '사람 좋으면 꼴찌'라는 오랜 격언을 겹쳐 생각하면서 긍정적으로 보려고 했다. 인성까지는 몰라도 그의 잠재력, 젊은 패기를 주목했다. 어린 선수의 치기에 살짝 눈감았다.
애정어린 관심, 고교시절 거둔 성취가 어린 선수를 오만하게 만든 것일까. 지난 1월 개인 SNS에 올린 글이 문제가 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코치와 팬들을 속되게 비하하는 내용이 포함된 ?은 글이다. 비공개를 전제로 한 '뒷담화'라고 해도 어떤 식으로든 알려질 수 있다는 걸 간과했다. 생각이 짧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어린 선수의 실수를 과도하게 끌어가서 득이 될 게 없다. 김서현도 그렇고 한화, 한국야구에도 도움이 안 된다. 확실한 자성의 계기로 삼으면 된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손 혁 단장 등 한화 구단 관계자들은 김서현의 패기, 배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남다른 자신감과 적극적인 성격을 좋게 봤다.
김서현에겐 가까운 곳에 좋은 '롤 모델'이 있다. 1년 위 선배 문동주(20)다. 둘은 나란히 최고 신인 투수로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입단했다. '최약체' 한화의 주축선수로 성장해야할 '원석'들이다. 성격은 매우 다르다. 수베로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문동주는 유니크하게 차분한 선수다. 착실하고 겸손하며 침착하다. 평소에도 그렇고 마운드에서도 그렇다. 쉽게 흥분하거나 들뜨지 않고, 야구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김서현에게 필요한 점이다.
타고난 재능이 축복이지만 성공까지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그동안 최고로 평가받았던 많은 유망들이 꽃을 피우지 못하고 사라졌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