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 투수만 왜 많이 던지느냐'는 항변이다. WBC 3회 연속 탈락이란 참담함 속에 구단 별 분열이 극심해졌다. 혹사 논란의 중심에는 두산 정철원, 롯데 김원중, 그리고 삼성 원태인이 있었다.
일본 프로야구 한신과의 연습경기에 이어 호주전, 일본전, 중국전까지 가장 많은 108구를 소화한 원태인. 일주일 간 4경기에 출격하며 대표팀의 자존심을 지켰다.
1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시범경기에 앞선 인터뷰에서 이를 적극 해명했다. 중국전 부진(1이닝 3안타 2실점)의 이유가 혹사 탓이냐는 질문에 그는 정색을 했다.
실패 속에 깨달음을 얻은 원태인에게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도쿄 올림픽 당시 바닥으로 떨어진 자신감을 회복시켜준 대회였기 때문이다.
이강철 감독의 도움 속에 일본 같은 강자와 맞붙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원태인.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큰 배움이 있었다.
"배우려고 간 건 아니지만요. 실패 속에 그래도 작은 배움이라도 얻고 왔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는 것 같습니다. 야구를 즐기는 모습들, 그리고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일본 투수들의 하체 위주의 밸런스를 여기 와서도 이미지를 그려가면서 연습하고 있습니다."
혹사 논란을 떠나 국제대회 경험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원태인은 분명 한 뼘 더 성장해 돌아왔다.
실패가 던져준 선물. 과연 삼성 토종에이스는 어떤 모습으로 새 시즌을 시작할까. 구단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